별빛/힐링 스토리(상담봉사연합회)

[스크랩] 박달의 사월...

오직모를뿐~ 2013. 4. 30. 00:23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한테 크게 혼나지 않고 자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가서 87년 호헌철폐 직선쟁취를  외쳤을 때...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그리고 배반동의 집을 샀을 때...

나는 미친년이라고 엄마한테 호되게 혼나고 냉대와 꾸중을 들었습니다...

 집이라는 것을 효율성의 측면과 부동산적 가치로만 이해하시는 내 부모님의 잣대를

한마디로 개무시하고 내 맘대로 일을 저질러 버렸으니 ㅎㅎㅎ

 그러나 대도시 한복판에서 쌩쌩달리는 8차선 도로와 높은 아파트에서 살아온 나는 새로운 집을 원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마당을 걸어서 집에 들어가면 내집이다...이런 느낌이 들고 자연과 하나되는 집...  

박달의 목련 선생님 집으로 소풍을 다녀 온 오늘...

낮에 찍었던 사진들을 쭈욱 살펴보며 경주로 이사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 안 어느 한곳도 소홀함이 없이 주인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곳...

풍부한 거름으로 강호동(?)튤립이 피어있는 꽃밭ㅎ... 

 정원의 바위 마저 자기 자리라고 딱 어울리는 곳에 위치해 있고...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 줄기는 집을 돌고 돌아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곳...

목련선생님의 집에는 10년동안의 삶의 흔적이 오롯이 배여있었습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건축가 승효상님은 "건축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짓는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시를 "짓다"  글을 "짓다" 옷을 "짓다" 처럼 집도 "짓는" 것이라고...

 그것도 삶을 "짓는" 일이니...

 집이란 내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과 같은 것이겠지요...

 집안에 계곡이 흐르고 산으로 아늑하게 둘러쌓인 멋진 입지조건 또한 커다랗고 멋드러진 그릇으로 보였습니다... 

 네모 반듯반듯한 평상만 보다가 리드미컬한 곡선의 평상도 내 무릎을 치게 만들었었고...

 양다래 덩굴조차 주인의 철학을 읽게되는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풍수지리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를 보며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전통적인 한국의 정원을 생각하면 빠질 수 없는 연못...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연못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빠질수 없는 견공들... 

 100여 마리라는 숫자에 깜짝 놀랐던 꼬끼오~ 닭님들 ㅎㅎㅎ 

 그야말로 귀여운 햇병아리들도 있었고... 

 부화를 기다리는 예비 삐약이들도 있었습니다...

  목련님의 마당에서 새로운 꽃들을 많이 만났는데 흰등꽃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가지가 죽죽 늘어진 "능수"나무들도 많았는데 이아이는 능수두릅(?) 이라고 기억되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단기기억장애가 심해져서리 ㅠ.ㅜ 틀렸다면 알려주삼요^^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으름덩굴에게 줄을 매어  갈 길을 알려주고...

 직선이 아닌 곡선의 아스라한 길 옆에 심어진 황금조팝도 반가웠습니다...

  긴머리 산들거리는 능수버들이 있던 연못...

 날렵한 자목련이 있던 정원...

수많은 풀꽃들과 나무들,동물들,곤충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박달의 사월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출처 : 경주학생상담자원봉사자연합회
글쓴이 : 경중-달빛소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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