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삶의 소소한 흔적들

[스크랩] 착한 태풍은 없을까???

오직모를뿐~ 2011. 9. 19. 16:18

2011.08.08

 

 태풍에 대한 기억은...

규범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2003년 매미때로 기억한다...

절친 옆집 아짐과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밭둑의 옥수수와  바닷가 파도(멀찌기 서서)를 구경하고  

아이들 학교가 파할 때 쯤 집으로 돌아왔는데

규범이가 엉엉 울면서 오는 게 아닌가...

바람에 휩쓸려 갈 뻔해서 3학년 형아가 구해줬다면서...

철없는 엄마는 아들이 태풍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집으로 오는 동안

태풍속에 요동치던 옥수수의 군무를 황홀해하고 있었는뎅 ㅠ.ㅜ

 울엄마는 칠십이 넘은 연세에도 언제나 사라호 태풍 이야기를 하신다...

내 평생 그렇게 무서운  태풍은 처음이었다며...

하루밤새 외가집 과수원의 사과가 모두 떨어져 둥둥 떠내려간 이야기...

 지난밤  제주도를 덮친 무이파 소식  뉴스를 보았다...

태풍의 위력 앞에 힘없이 쓰러지는 600년 나무와 제주 공항의 사람들...

인간이 똑똑해져서 자연을 정복하며 편리한 생활을 할수록...

자연은 반대 급부를 제시하는 것 같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큰아들 학교 보충수업에 비바람이 거세서 학교까지 태워주었다...

돌아오는 길...월지 옆 연꽃밭에 바람에 뒤집어지는 연잎들을 보는 순간...

예전 매미때의 군무를 다시 보는 듯 옛생각이 나서 규민이랑 황급히 내려 산책을 했다...

 우산을 이용 연밥도 몇 개 따고 ㅎㅎㅎ

엄마가 어렸을땐 연밥을 팔러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연밥은 뭐하게???

뭐하긴...간식으로 먹쥐 ㅎㅎㅎ

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였고...

아마도 내일은 다시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오늘이 가을의 시작인 입추...

가을까지 착한 태풍만 간간히 왔슴 좋겠다는 부질없는 기대를 해 본다...

출처 : 경주 남산 해설사 기초반 學而時習之 不亦悅乎
글쓴이 : 달빛소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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